default_setNet1_2

은그릇 속에 눈을 가득 채우려면

기사승인 2014.11.12  04:48:38

공유
ad27

- [칼럼] 영담 스님의 신상발언과 참회정진을 지켜보며

인도에서는 법거량을 할 때 종을 치고 북을 울려야 했다. 외도들이 사찰의 종과 북을 치지 못하게 하자 가나제바 존자가 종루에 올라 종을 울렸다.

외도들이 묻기를 "종루 위에 올라가 종을 치는 자 누구냐?" 제바가 답했다. "하늘이다" 외도가 말했다. "하늘이 누구냐?" 제바가 답했다. "나다" 외도가 물었다. "나는 누구냐?" 제바가 답했다. "너다" 외도가 말했다. "너는 누구냐?" 제바가 답했다. "너는 개다." 외도가 말했다. "개는 누구냐?" 제바가 답했다. "개는 너다." 7번을 문답을 주고 받자 외도는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종루의 문을 열었다. 제바는 종루 위에서 붉은 깃발을 잡고 내려왔다. 외도가 "넌 어찌 뒤에 오지 않는가?"라고 물으니 제바는 "넌 어찌 앞서가지 않는가"하고 답했다. "너는 천인인가" 물으니 "너는 귀인인가"라고 답해 외도를 조복시켰다.


<벽암록> 제13칙 파릉은완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 영담 스님이 11일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 제200회 정기회 임시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을 마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참회정진을 하고 있다. ⓒ2014불교닷컴

11일 조계종 중앙종회 제200회 정기회가 열렸다. 회의에서 영담 스님은 임시종회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을 했다. 발언은 불교광장 스님들 반대로 저지됐다.  "이게 신상발언입니까?"라는 한 의원의 말에 스님은 "이게 신상발언입니다"라고 답했다. "모범을 보이시라"는 말에 "이것을 보고 배우세요"라고 했다. "개판 만들고 이게 뭡니까"라는 말에는 "성스런 종회에서 개판이 뭐냐"고 반문했다.

재적 2/3 절대다수를 차지한 여당 불교광장 의원스님들은 영담 스님에게 겁박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영담 스님은 신상발언 원고를 채 못다 읽고 마무리 짓고 의장석을 내려왔다.

스님은 신상발언에서 자신을 "제33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으로 재임하며 우리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33대에 이어 34대 집행부는 결사의 뜻마저 왜곡하고, 기도 의미도 변질시키고,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됐다"며 "최다선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정진에 돌입하겠다. 이것이 자성과쇄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총무원 청사 로비에 좌복을 펴고 참회정진을 시작했다.

스님은 홀로 참회정진을 했다. 정진하는 스님을 비웃듯이 지나는 사람,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 등 스님 옆에서 여러 군상을 봤다. 함께 동참한 사람은 없었다. 야권인 삼화도량 스님들조차도 영담 스님을 찾지 않았다.

'3의 법칙'이 있다. 집단을 움직이려면 최소한 3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앞장선 사람이 중요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집단이 움직인다는 법칙이다.

한 사람이 지하철에 발이 끼었다. 모두가 지켜볼 때 누군가 나서 객차를 밀기 시작했다. 끄덕도 하지 않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나섰다. 이어 세 번째 사람이 돕자 주위의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쳤다. 객차가 움직였고 한 생명을 구했다.

한 사람이 군중 속에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하늘을 봤을 때 동요하는 사람이 적지만, 두 명일 경우는 몇 명이 함께 하늘을 보고, 세 명이었을 경우에는 모두가 하늘을 쳐다봤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영담 스님의 신상발언을 막으려 했던 불교광장에는 '3의 법칙'이 있었다. 모두가 스님의 신상발언을 듣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정념 스님(신흥사)이 말을 꺼냈다. 이어 만당 스님(백양사), 함결 스님(관음사) 등이 말을 이어 받았다. 그 뒤를 주경 스님(수덕사) 원행 스님(금산사) 정인 스님(관음사) 성무 스님(용주사) 등이 거들었다. 모두 불교광장 스님들이다.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상황을 판단하는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개의 인간은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다.

강연 사이트 테드(TED) 가운데 데렉 시버스(Derek Sivers)의 '운동이 시작되는 방법(How to start a movement)'이 있다.

3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는 혼자 춤을 추는 사람을 본보기로 들며 혼자서는 미치광이 외톨이지만 한 사람이 나서 둘이 됐을 때 복수가 되고, 셋이 됐을 때 집단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시버스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 못지않게 그를 따르는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운동의 시작은 뭔가를 맨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시작한 사람을  용기 있게 지지해(support) 주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시버스는 "여러분이 정말로 운동을 일으키려고 생각한다면 따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보여주라.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외로운 미치광이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맨 처음 일어서 동참할 수 있는 배짱을 가져라"고 강조한다.

파릉은 운문에게 올린 삼전어(三轉語)에서 '어떤 것이 제바의 종지인가'라는 물음에 '은그릇 속에 눈이 가득 담겼다(銀椀裏盛雪)'고 했다. '무엇이 취모검인가'에 '산호 가지마다 달빛이 가득하다(珊瑚枝枝撑著月)'고 답했다. 반면 임제는 '취모검이란 무엇입니까?'라는 한 스님의 물음에 "그대가 화를 자초하는구나(禍事禍事)"라고 답했다. 절을 올리는 스님을 임제는 쥐어박기까지 했다.

파릉과 임제의 답을 천동정각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살인도로는 터럭 한 가닥도 자르지 못하지만, 활인검으로는 터럭 한 가닥도 상처내지 않는다"고.

불교광장과 삼화도량이 각각 칼을 쥐었다면 길고 짧음을 떠나 그것이 어떤 칼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입동이 지났다. 곧 은그릇 속에 눈이 가득 담긴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저작권자 © 불교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side_ad1
ad29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