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보광 한태식 총장의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종단 표절 고소 징계 불통 무능에 횡령 수식어까지 총장 앞에 붙게 됐다”며 보광 총장의 해명과 동국대 법인과 교육부 감사,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학교는 법적 자문을 거친 집행으로 횡령이 아니다고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회장 안드레), 경주캠퍼스 총학생회(회장 강수현), 일반대학원총학생회(회장 신정욱)는 31일 대학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지난 3월 보광 총장이 학생 4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면서 교비를 위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세금계산서에 ‘한태식 고소사건’

학생들은 법무법인 J가 동국대에 지난 4월 6일 발행한 550만원짜리 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세금계산서에는 착수금이라며 ‘한태식 고소 사건’이라고 쓰였다.

학생들은 이 세금계산서가 지난 3월 보광 총장이 안드레 강수현 신정욱 회장과 조윤기 학생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법률비용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교비회계 예산으로 보광 총장 개인 고소사건에 대한 경비가 결재됐다. 윤리 도덕 측면을 넘어서 ‘사립학교법’ 제29조 2항과 6항을 위반한 범법행위로 명백한 업무상 횡령”이라고 했다.

사립학교법 제29조 6항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다만, 차입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정 어렵다면서 교비 횡령?”

안드레 회장은 “재정이 어려워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유치하고, 돈이 없어 건축기금으로 대출상환하더니 지난 월요일(29일)에는 총장이 의장인 교수 총회 장소를 대학 중강당이 아닌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번에는 교비로 고소비용까지 썼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했다.

조성우 부총학생회장은 “550만원이면 화장실 리모델링을 할 수 있고, 강의실 앞에 정수기를 여러 대 놓을 수 있다. 교직원이 직접 심었다는 일산캠퍼스 잔디를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학생과 교직원 등이 좀 더 쾌적할 수 있는 돈이다”고 했다.

스님교수 총장, 학생 고소하더니

조윤기 학생은 “스님이자 교수였던 총장이 학생을 고소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교비 횡령 의혹까지 터졌다. 종단개입도 관행, 논문표절도 관행이라더니 교비횡령도 관행이라고 할 것이냐. 학우들이 더 이상 피해보지 않도록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신정욱 대학원학생회장은 “보광 총장이 교비로 개인고소 비용을 사용하면서 동국대는 상지대 청주대와 더불어 돈 문제까지 불거진 사학비리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신 회장은 “동국대는 지금까지 많은 고소‧소송을 했다. 이 건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에 먼저 관련 자료를 요구하겠다. 안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동국대 “교비 횡령 아니다”

이날 동국대는 학생들 기자회견보다 앞서 해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동국대는 “학생들은 소송 비용 집행이 ‘교비 횡령’이라고 주장하지만 학교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합법적 교비 집행임을 확인하고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월 동국대는 총동창회 대화합 제안에 호응해 해당 학생들에 대한 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대법원 2009년 2월 12일 선고 2008다74895 판결을 교비 집행의 근거로 들었다.

이 판례는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총장 명예가 학교 이익? 학생은?

학생들은 “총장 개인 명예가 학교 이익이라는 이유로 교비를 쓴 것이냐? 종단개입과 총장의 논문표절 등으로 인한 학교 명예실추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이냐. 종단개입, 논문표절, 무능불통 총장 때문에 피해 입고 고통 받은 학생들 명예와 이익은 어찌할 것이냐”고 했다.

대법원의 다른 판례(2008년 2월 29일 선고. 2007도9755판결)는 특별법인 ‘사립학교법’을 들어 “교비 회계의 세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출과 관련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립학교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 즉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면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그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 후 피고소인이었던 학생들은 학교 당국에 총장 해명 요구서와 이사장 면담 신청서를 제출하려고 했으나 학교 측 저지로 전달하지 못했다.

"교비회계로는 개인 소송 안돼"

사립학교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대학측이 제시한 판례의 사안은 법인 이사장의 개인 소송을 법인회계에서 지출한 경우에 관한 것이고, 이 경우 업무관련성에 따라 횡령이라고도 판단하고 아니라고도 판단한다"며 "그러나 교비회계는 어떤 경우에도 개인 소송비로 지출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국대 총장의 경우 더욱이 개인의 피소 사건도 아니고 고소사건이다"며 "결국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은 민사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소사건은 법인회계에서 지출한 경우에도 횡령이라고 보여지는데 하물며 교비회계는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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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