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진들 설정 총무원장과 담판 나설 듯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들이 9일 오후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해인사는 사실상 참회문인 ‘불자와 국민들에게 드리는 해인사 입장’을 일간지 광고로 발표키로 했다. 여기에 종단 중진 스님들도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방 스님들도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개인 비위가 교단을 혼란에 빠뜨린 것을 매우 우려하면서 부처님오신날 이후 본격적인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무원 부실장이 9일 일괄사표를 제출한 것은 설정 총무원장이 은처자 문제 등 갖은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교단수호’를 내세워 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총무원장은 현 집행부가 MBC PD수첩 방송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일부 부실장들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부실장 인선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 4개 본사주지가 불참했고, 4개 본사주지는 대리를 보내기도 했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본사주지 스님들이 총무원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설정 총무원장이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MBC가 사과하지 않으면 법난으로 규정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진제 스님은 ‘총무원장에게 드리는 하교의 말씀(지시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총무원은 제목이 삭제된 교시를 언론 등에 배포했다. 일부에서는 종정 교시를 훼손해 종단의 법통인 종정 스님의 신성을 모욕했다는 논란까지 제기됐다. 종정 스님의 하교는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과 비상대책위 구성이었지만, 이를 ‘종단발전 혁신위원회(교권수호)’로 변질되게 된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총무원 부실장들은 부처님오신날까지는 업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종단 한 관계자는 “초파일 전에 물러갈 수는 없지 않느냐, 부처님오신날이라는 큰 축제를 치르고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실장 전원이 퇴진할 지는 미지수다. 4, 5명의 부장 스님들은 퇴진 뜻이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장들은 사표를 냈지만 실제 물러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종단 관계자들은 “2~3명의 부장스님은 초파일 이후에도 업무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종단 중앙종무기관 소임을 역임한 중진 스님들이 설정 총무원장 진퇴와 현 종단 상황 수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과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곧 이를 실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님들이 설정 총무원장에게 퇴진을 압박할지 아니면 2선 후퇴를 요구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설정 총무원장이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진 스님들은 종정 교시가 훼손된 배경에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깊숙이 개입됐다고 보고 있다. 중진 A스님은 “종정 교시를 내리는 자리에 왜 서의현 전 원장이 있었느냐”며 “종정 스님의 뜻이 변질된 데는 서의현 총무원장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작동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또 “징계를 받고도 종단의 주요한 일에 개입하는 서의현 전 원장이 많은 논란이 된 호계원의 공권정지 3년 판결을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처리해 풀어주게 되면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종단 중앙정치에 나서지는 않지만 조계종단에서 오랫동안 어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많은 스님들도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이 현 사태를 수습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상도의 C스님은 “그동안 조계종 총무원은 종단의 자정과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의 뜻을 외면하면서 사태를 더욱 키워왔다. 비판의 목소리를 품지 않고 내치고, 공영방송 MBC의 보도로 종단의 민낯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개인의 비위 때문에 전 종도들이 싸잡아 비난을 받고 있는데도 설정 총무원장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 스님은 “그동안 승려대회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나라도 승려대회에 참석할 것 같다”며 “종도들의 뜻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종단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자승종권 8년 적폐청산을 위한 만민토론회 준비위원회는0일 오후 7시 서울 종각네거리 보신각 광장에서 촛불법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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