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문둥병 환자라고 해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우리 교단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어도 제게는 소중하고 버릴 수 없다.”
설조 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구현을 염원하며 41일 간 단식하고 다시 한 달여의 천막 정진을 회향하고, 서울 안국동에서 ‘정정법회(淨正法會)’가 열었다. 5일 설조 스님은 정정법회가 둥지를 튼 서울 안국동 해영회관 사무실에서 작은 집들이 행사를 가졌다. 정정법회는 ‘정정淨正’을 모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맑고 바르게’를 지향한다.
이 자리에는 설조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원로인 함세웅 신부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정일태 언론인불자연합회장 등 3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했다.
설조 스님은 “모임의 이름을 정정이라고 한 것은 우리 교단이 맑아야 우리 이웃에게 바른길을 가자고 권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교단이 맑지 못해서 이웃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외면당하는 처지가 됐고, 저는 이웃의 걱정거리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정정법회를 통한 내 소망은 우리 교단 구성원 전체가 오늘을 반성하고 뉘우쳐서 불자 본연의 자세를 확립하고 이웃에게 보탬과 의지가 되는 교단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설조 스님 정정법회 집들이 인사말 “앞길 막막하지만 교단 바르게 만드는 것은 제 운명”]
설조스님은 “교단이 세상 사람에게 조롱거리가 되고 외면당할지언정 저에겐 소중한 교단”이라며 “교단이 이웃 종교지도자들과 사회 지성인들의 염려를 떨쳐내고 겨레의 화합과 공존,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계속 채찍질하면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청화 스님은 “조개 껍질의 문양은 오랜 세월동안 바닷물이 용솟음 쳐 만들어졌고, 나무 가지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은 바람과 비가 몰려와 꽃이 되길 소망한 결과”라며 “우리의 소망은 문제 있는 종단을 혁신하자는 것이며, 이 간절한 소망을 성취하려면 우리의 발원이 바닷물처럼 용솟음치고 바람처럼 일어날 때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함세웅 신부는 “설조 스님의 41일간의 단식은 제게 ‘너는 사제로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준엄한 경책이었다”며 “일연 스님은 몽고의 침략에도 개성을 떠나지 않고 삼국유사를 써 민족이 사는 길을 열었다. 설조 스님은 조계종의 정화화 우리 겨레의 화합을 꿈꾸고 계신다. 이 시대 최고의 스승인 설조 스님이 새로 자리 잡은 이곳이 조계종과 우리나라를 정화하고 부처님의가르침을 전하는 따뜻한 곳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종철 이사장은 “조계종의 부패는 조계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종교보다 월등히 많은 신자를 보유한 조계종이 황폐해 지면 우리 사회 국가도 피해를 본다”며 “국가예산을 제대로 관리 집행하지 않는 자들이 다시 종권을 잡은 상황에서 설조 스님의 외로운 싸움은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의 개혁은 우리 사회의 개혁에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정법회의 뜻이 전국으로 퍼지길 바라고, 정성을 다해 사회원로들과 함께 설조 스님의 길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주영 전 포교사단장은 “스님이 단식할 때 목숨이 위태로우면 개혁도 할 수 없다고 간청드렸다. 청정한 이 법당이 맑고 정의로운 법회가 되고 종단을 개혁하는 데 여러 단체들과 같이 행동하겠다”고 했다.
정일태 언론인불자연합회장은 “설조 스님이 바라는 꿈이 제 꿈과 일치하고, 이곳에 모인 분들의 꿈과도 일치할 것”이라며 “이곳에서 종단 개혁의 꿈을 펼쳐 조계종 적폐가 청산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정정법회는 41일 동안 단식 정진한 설조 스님의 숭고한 위법망구 정신을 기리고, 적주 및 유사승려 축출을 통해 청정 승가를 구현하는 데 뜻을 함께하는 스님, 재가불자, 시민사회 지도자, 시민들의 결사체 성격으로 운영된다. 정정법회는 12일 오후 6시 정식 개원법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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