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특별전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특별전
  • 부산문화재단
  • 승인 2018.10.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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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총림방장 고산혜원 대종사 & 원각선원장 및 부산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 성각 스님
[보도자료 전문]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이신 망운사 주지 · 원각선원선원장 성각스님의 선묵禪墨특별전 <물속의 달 水月>( 이하 고산・성각선묵전 <물속의 달 水月>이라 함.)‘ 이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2층 전관)에서 2018년 10월 19(금)부터 23일(화)까지 개최된다.

반야심경 설치작품, 자작시 한글행초서등
기존 선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작품 대거 선봬.

이번 고산・성각 선묵전<물속의 달 水月>에는 사제가 함께하는 희귀한 사례도 사례이지만 우리가 선묵이라면 흔히 연상하는 기존에 발표된 선묵과 다른 새로운 작품들이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성각스님은 20여 년 간 20여 차례 선서화전을 하면서 원상(圓相)과 동자(童子), 법어(法語)를 중심으로 선묵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서와 행초를 뒤섞은 일자대자서 설치작품, 자작시 한글행초대자 연작 등에서 보듯 혁신적이다.

고산방장스님의 대자 행초서 <佛>자를 비롯하여 성각스님의 ▲ <반야심경般若心經> 270자를 전서와 행초서로 쓴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270점 ▲<반야심경般若心經 ․ 화엄경약찬게華嚴經略饌偈 ․ 금강경金剛經 ․ 금강경찬金剛經撰> 전서8폭 대병, ▲행초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 35점으로 구성한 설치작품 <물속의 달 水月> ▲자작시(自作詩)를 전서 필획으로 행초서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12폭 한글연작 대작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 ▲요즘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을 뚜꺼비를 통해 우화적으로 풍자한 작품 <정답은?>등 총 45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중에서 한글 연작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는 해학 풍자 현실비판적인 시어(詩語)가 큰 충격을 준다. 지금 까지 현대서예작가 조차도 어느 누구도 이렇게 노래하듯 구어체로 자작시를 시도하거나 실천해내지 못한 경지다.

나는너를아는데
너는나를모르느냐.
니一체유心조가뭔지아나
그래안다그건돈이다.
틀릿다바보야그건바로
마음인기라그래나도안다.
동그랗게돈같이생겼지 .
바로이거야하
꼭물속에달 .
달처럼생겼다ㅎㅎㅎ.
신기하네O
나無阿미타佛.

여기에다 성각선필만의 자유자재한 운필과 글자와 글자간의 뛰어 쓰기와 행간 필순을 뒤집어낸 자리에서 정반대의 유기적인 짜임새가 창출해내는 변화무쌍한 공간경영 또한 기존 작가들로부터는 잘 볼 수 없었던 시도다.

물론 연작의 마지막 구절의 ‘나無阿미타佛’ 국한 혼용에 가서는 선필의 내일은 물론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시대 한국서단의 돌파구까지 찾아낼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선필(禪筆) 선묵(禪墨) 선서화(禪書畵)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회복하자는 데에 있다. 우리시대 선묵에 대한 인식은, 서예가들 글씨도 그러하지만, 일반 예술은 물론 사회현실과 무관하거나 동떨어진 선승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특히 선묵자체가 통일신라나 고려는 물론 유가사회인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전후 근대까지 전통서예의 주류를 형성해왔지만 지금 현재 그 명맥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묵에 대한 기존인식을 바꾸면서
21세기 기계시대 서예까지 나아갈 방향 제시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고산・성각 선묵전<물속의 달 水月>은 주로 예술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서예를 추구하는 서예가들의 서(書)와 조형미학이나 정신의 지향자체가 다르다. 특히 현실비판적인 서예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가들과도 뚜렷이 차별적이다.

그래서 왜 지금 선서화/선묵/선필이 다시 부활/복원/활성화 되어야 하는가 하는 데에 매우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문명사적으로 인공지능人工知能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계문명시대 한 가운데에서 선묵(禪墨)/선필(禪筆)/선서화(禪書畫)/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서(書)는 문자(文字)를 떠나 근본 존재할 수 없다. 선(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하여 문자(文字)를 근본 부정한다. 이론적으로는 선서(禪書)가 성립될 수 없다. 상(相)을 만드는 순간 이미 그 상(相)은 상(相)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논리 이론 이성을 뛰어 넘는 직관의 자리에 선의 본모습이 발현된다.

문자(文字)로 문자(文字)를 뛰어넘는, 즉 상(相)으로 그 상(相)을 뛰어넘는, 색(色)이 공(空)이고 공(空)이 색(色)인 자리에서, 실상(實相)과 변상(變相)/허상(虛相)이 둘이 아닌 자리에서 선필(禪筆)의 진정한 힘이 있다. 여기서 선서(禪書)의 본질이 파악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선필은 법필(法筆), 즉 서예가들의 서(書)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예술(藝術)로서 서(書)를 완전히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색공이 둘이 아니듯 일상생활과 실존사회를 직시하고, 현실에 발을 딛고 실존과 현실을 직관으로 초극해내는 데에서 선필의 진정한 가치와 힘이 있다.

진감선사와 고산방장 성각주지의
시공時空을 초월한 대화

그래서 전시구성과 전시디자인도 단순히 글씨를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종래 배치형식을 탈피하였다. 먼저 고산 성각선묵의 역사적 뿌리와 맥락을 진감선사와 그 비석글씨에서 불러냈다. 그리고 작품설치도 ‘물속의 달’ 컨셉을 전시현장에서 설치작업으로 구현하였다.

‘물속의 달 - 수월’은 달그림자이기도 하지만 나르시시즘이기도 하고, 물에 비친 개가 자기 자신을 보고 짓는 소리이기도 하다. 선필 선묵은 결국 나의 마음을 화선지라는 거울에 필묵(筆墨) 그자체로, 또 문자(文字)로 투영시켜낸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다. 심지어는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지배하는 시대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나’의 존재/아바타가 탄생한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정체성이라는 기준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때가 지금이다. 다시 말하면 실상과 가상의 가치가 전도(顚倒)되고 있는 시대가 오늘이다. ‘물속의 달’을 이번 전시 주제로 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상과 가상의 사회가치가 전도(顚倒)를
‘물속의 달’로 풍자

물은 큰 거울이다. 실상의 달은 하늘에 있다. 물속에 비친 달은 달이 아니다. 그렇다고 달이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다. 분명 하늘의 달은 하나인데 물속의 달은 수천 수 만 개다. 고산 성각의 선필 선묵 역시도 천강유수천강월이다. 필묵 서화를 선(禪) 그자체로 삼아 연마해낸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일반 서예가들의 작품과는 조형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이 지점이 선묵 선필의 특질이겠지만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필묵운용과 잘 쓰고 못쓰고를 넘어선 무심필(無心筆)이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전시구성은 다음과 같다.

Ⅰ. 참된 거울 眞鑑
Ⅱ. 높고 밝은 산 杲山
Ⅲ. 깨달음을 이루다 성각成覺
- 무무무無無無
- 분타리카 피었네
- 물속의 달 水月
-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
- 망운산望雲山

이중에서 특히 전시디자인/연출이나 공간경영 측면에서 <참된 거울眞鑑>이 주목된다. 말 그대로 진감眞鑑 은 ‘진짜거울’이다. 먼저 ‘물속의 달 - 수월(水月)’이라는 선(禪)의 주체자와 선필의 역사적 맥락을 1000여 년 전 진감이라는 인물과 글씨에서 불러냈다. 통일신라말 쌍계사에 주석한 진감선사의 법호에서 나왔다.

최치원이 짓고 쓴 쌍계사진감선사탑비 두전(頭篆)<□해동고진감선사비□海東考眞鑑禪師碑>를 한 자 한 자 해체하여 설치하였다. 이 두전의 서체는 범자(梵字) 필획에 기반 하는데 당시 동아시아 전체 비석글씨의 두전에서도 독자적이다. 무(巫)를 토대로 유불도 삼교회통의 풍류(風流)를 민족고유의 열린 세계사상으로 주창한 최치원의 생각이 조형언어로 잘 드러나 있다.

특히 9자 두전의 설치작품은 요동치는 쌍계죽림의 그림자와 매우 대비적인 동정(動靜)의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해 낸다. 쌍계사 입구 대나무를 실상으로 보고 바람의 작용을 거울의 비침으로 간주하여 그 흔들림을 물속의 달로 보고 영상으로 포착하였다.

그리고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높고 밝은 산 杲山>과 그 선필의 맥을 <깨달음을 이루다 성각成覺>을 배치시킴으로서 고금을 하나로 일당에서 통하게 하였다. 고산방장스님의 무심(無心)하게 죽죽 필획(筆劃)해낸 쌍계총림 방장스님의 선필은 범어(梵語)자형에 근본을 둔 최치원 두전과 성각의 파격과 자유자재의 중간에서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또 하나 <무(無)무(無)무(無)’화두의 아자방>은 쌍계총림의 선원을 전시장으로 옮긴 것이다. 성각의 반야심경 전서 초서 일자서/대자서 270점을 ‘아(亞)’자 형태로 천장에 설치하였다. 그리고 바닥을 아자 형태 거울로 깔아 수행/선의 요체인 반야심경을 투영시켰다. 반야심경 한 자 한 자에 녹아나 있는 성각의 성정기질과 이 전부가 반야심경 한 덩어리가 되어 또 다른 성각을 이루고, 그것이 다시 거울에 투영된다.

<남해수월과 망운산>은 이번 전시 주제인 수월(水月)을 남해바다 속 달로 간주하고 형상화 했다. 고요한 바다가 아니라 우리시대 우리사회처럼 요동치는 파도속의 달이다. 성각의 행초필체가 파도를 타고 더욱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여기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 실상자체가 요동체임을 깨달는다. 망운산은 성각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망운사의 터전이다. 천강의 달과 같이 물에 비친 천개의 산을 형상화 한 것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현대 기계문명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관객들이‘수월미러’ 앞에서 비친 자기모습을 보고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는 절호의 시간이 될 것이다.

기계문명機械文明시대
고산杲山․성각成覺 ‘선묵禪墨’의 의미 포럼

전시개막에 앞서 19일(금), 14시부터 3시 30분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에서 <기계문명機械文明시대 고산杲山․성각成覺 ‘선묵禪墨’의 의미>를 주제로 전시포럼도 열린다. 발표주제와 발표자는 다음과 같다.

1. 선예술禪藝術의 특징과 우리생활 : 홍윤식(동국대명예교수, 문학박사)
2. 인공지능人工知能시대‘선묵禪墨’의 가치와 의미 송석구 :(전삼성꿈장학재단이사장, 전동국대총장, 철학박사)
3. 성각스님 선화禪畵세계: 법산큰스님(동국대재단이사·명예교수, 문학박사)
4. 선서화禪書畵, 미술치료의 심리적 정신적 안정에 미치는 역할 :
백승완(부산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의학박사)
5. 현대미술과 성각成覺 선묵禪墨 : 김종원(문자문명연구소장, 서예가)
6. 성각의 선화맥禪畵脈과 선서화禪書畫 : 이현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문학박사)

   
▲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 <불佛>, 135 x 35cm.
   
▲ 망운사주지 · 원각선원선원장 및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 성각스님, <니一체유心조가뭔지아나>, 135 x 70cm, 2018.
   
▲ 망운사주지 · 원각선원선원장 및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 성각스님, <꼭물속에달>, 135 x 70cm, 2018.
   
▲ 망운사주지 · 원각선원선원장 및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 성각스님, <나無阿미타佛>, 135 x 70cm, 2018.
   
▲ 망운사주지 · 원각선원선원장 및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 성각스님, <정답은?>, 70 x 135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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