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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시대 끝, 하지만 불교는 무한 매력 지녀”

기사승인 2018.10.31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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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양형진 한국불교발전연구원 2대 원장
내달 5일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 “현실 점검”

“종교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과학을 넘어 과학의 시대다. 불교는 과학과 철학 등 합리적 이성(理性)과 잘 맞는다. 이전 사회와 다르게 점점 종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다른 종교보다 더 매력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잘 맞는 불교지만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해 그 가치를 전파하지 못하고 있다. 반성과 역할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양형진)

양형진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고려대 반도체 물리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연 ‘한국불교발전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심포지엄_한국불교의 현안과 진로모색’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불교와 과학 등 응용불교분야에서 눈에 띠는 평가를 받아 온 양형진 교수는 지난 7월부터 한국불교발전연구원(이사장 혜총스님) 원장을 맡았다.

양 원장은 이전 시대와 달리 과학이 발달한 현재 종교의 역할이 줄어들고 사회적 입지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의 성당은 큰 규모에도 신자들이 많이 모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 우리 불교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양 교수는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가 합리적 이성을 가진 현대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종교’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불교가 이후 시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불교교리에서 찾았다. 제법무아(諸法無我)와 제행무상(諸行無常) 등의 가르침이 과학과 상통하는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과학 철학 사회사상 발전 받아들일 유일한 종교지만"

그는 “오늘날 진화생물학은 생물의 진화를 ‘고정된 본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상황과 환경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고 적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무아와 무상을 설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다. 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종교가 불교”라고 했다.

또 “‘무아’의 존재는 남과 협력해 산다. 우리 모두는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협력하고 변화하면서 산다. 이것이 ‘무상’”이라며 “이런 좋은 가치를 가지고 사회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 불교의 모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양 원장은 “종교의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꾸준히 무너졌고 불교만의 이야기도 아니다”면서도 “잠재력이 큰 불교가 사회에서 걱정스런 집단으로 평가되는 게 현실이다. 좋은 자원을 가진 불교가 다른 종교들처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망가뜨리는 상황을 계속 맞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양형진 교수는 불교가 해야 할 기본 역할이 전법이라고 했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 역시 전법의 일부라는 것이다. 한국불교발전연구원이 창립 25주년 심포지엄을 여는 것도 전법을 위해 현재 우리 불교의 현실, 현재를 진단하고 이를 통해 전법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 양형진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고려대 반도체 물리학과 교수).

"사회적 역할 포기는 전법 포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는 “좋은 사상적 체계 가진 불교가 현대사회에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전법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과학과 철학, 사회사상의 발전을 불교가 흡수해 변화해야 한다. 한국불교가 어떤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가, 이번에 심포지엄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불교발전연구원이 오는 11월 5일 오후 1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한국불교발전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심포지엄_한국불교의 현안과 진로모색’ 또한 같은 문제인식에서 기반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한 이사장 혜총스님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불교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한국불교의 현실과 사회적 신뢰 구축’,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한국불교의 포교현실과 전법교화 전략’,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종단 현실 속에서 재가운동의 현황과 전망’, 이덕진 전 창원문성대 교수가 ‘사부대중 어떻게 소통하고 화합할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 발제에 나선다.

양 원장은 “이전 시대의 가장 큰 가치가 종교였지만 지금은 가치가 다변화됐다. 종교가 중심 가치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교가 가진 좋은 체계를 이 순간 우리 상황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자면 좋은 자원을 가진 불교가 사회적 신뢰를 잃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다. 부처님은 일단 병을 진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병기 교수님 등은 우리의 병을 진단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50년 전 우리사회는 불교사회였다. 지금은 다른 종교의 교세는 늘지만 불교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미래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종교, 더 발전할 수 있는 종교인 불교의 전법현실과 교화전략을 진단하려 한다”고 했다.

"사부대중의 교단, 미래사회에서의 정체성은"

또 “초기불교부터 교단은 사부대중으로 형성됐다. 사부대중이 만든 교단이 미래사회서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사부대중 전체가 어떻게 화합하면서 진리를 추구해 갈 것인가. 출가와 재가가 어떻게 자리매김하는 게 불교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고 물으며 “재가자의 역할이 점점 커진다. 현실에서 재가불교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검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무한한 잠재능력을 가진 불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부처님이 깨닫고 난 후 전법했던 그 뜻과 우리의 책임과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불교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불교의 좋은 장점을 현실에 잘 적용하고 활용할 지를 고민하고, 전법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한국불교발전연구원의 향후 과제로 전법을 위한 ‘지도자 교육’을 언급했다.

그는 ““부처님께서 깨달은 뒤 바로 열반에 드셨다면 오늘날 불교는 이 땅에 없을 것이다. 전법은 깨달음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것이지만, 일선 전법현장에서 우리 포교사들의 활동 폭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군포교와 청소년 포교에 희망이 있다. 교사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불교를 어떻게 전할지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는 교사는 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법의 일선에서 아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수 교사, 체계적 불교 교육하도록 가르쳐야"

한국불교발전연구원은 한국불교의 미래 지평을 열고자 ‘종단개혁’이 일어난 1994년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현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스님이 초대 이사장, 김용정 동국대 철학과 교수가 초대 원장을 지냈다. 지난 25년간 현대사회와 불교윤리, 승가교육제도 등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2015년에는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한 혜총스님이 2대 이사장, 2018년에는 양형진 고려대 반도체물리학과 교수가 2대 원장에 각각 취임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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