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기사를 왜 썼을까요?”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자연스러움이 신이와 별일로 보이는 세상입니다. 이곳에서 매일을 사는 것은 고단한 일입니다. 기자가 직업이기에 더 그런지도 모릅니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자연히 혹은 저절로 그러한 것을 의심합니다. 뻔하지 않은 남과 다름을 위해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기자로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봤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단한 사명감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꿈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져서 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기계처럼 기사를 써서 올리는 일상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취재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기자는커녕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만해언론인상 심사위원회가 이런 제게 ‘만해언론인상’을 준다고 합니다. 궁금했습니다. ‘왜 내게 주는 걸까?’ 저는 그 답을 두 가지에서 찾았습니다. 첫 번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저를 어여삐 여기어 양으로 음으로 살피고 도와준 ‘덕분’에 받는 상입니다.
저는 상 받기가 아주 불편합니다. 천한 이유를 대자면, 기자로서 동료들과 함께 애쓰고 노력했던 결과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은 한 선배 ‘덕분’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를 들자면, 할 일을 하고서 상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기자는 기사를 쓰고 월급을 받는 직업인데, 기사를 썼다고 상까지 받는다? 공감받기 어렵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뻔한 제가 만해언론인상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사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에 나와 있습니다. “교계 언론들이 묵과해 온”이라는 구절이 제가 상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5년 제 모교가 저와 <불교닷컴>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함께 1억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계종 설정 전 총무원장이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를 상대로 10억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동국대 사태를 열심히 보도했더니 생긴 일이었습니다. 보광 한태식 총장 관련 기사를 쓰니 20여 년 한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알았던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했습니다. 스승도 몰라보는 배은망덕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혹자는 다른 기자도 아니고 왜 제가 그런 기사를 쓰느냐고 저를 원망했습니다. 제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다른 기자가 안 써서요. 저까지 기사를 안 쓰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잖아요. 오죽하면 제가 쓰겠어요.”
한국불교태고종 기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처승 총무원장에게 23년 내연녀가 있었고, 총무원장 스스로 배포한 법원 판결문에 이 사실이 적시돼 있고, 취재현장에 여럿이 있었지만 그들은 쓰지 않았습니다. 태고종 중앙종회가 종무행정을 감사해서 금전 비위 등을 적발해 보고서를 냈는데도, 이것을 중앙종회 회의에서 공개했는데도 그들은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고종 기사를 보도한 이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기사를 썼다고 상을 받았습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자가 본 것을 본대로, 사실에 눈감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외면한 것을 챙겼다는 이유로 상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영하의 날씨에, 동국대 만해광장 조명탑에 한 학생이 올라가 있습니다. 세상을 비추려고 조명탑에 오른 학생에게 보다 많은 조명이 쏟아지길 바랍니다.
만해언론상 심사위원회가 제게 주신 귀한 상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안드레 전 총학생회장,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 등 동국대 미래를여는동국공동추진위원회 학생들에게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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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