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신사옥을 마련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몰락의 신호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사옥을 건축하고 망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신동아 그룹 (1985년 63빌딩완공, 1999년그룹해체), 국제그룹(1984년 용산국제센터 완공, 1984년 그룹해체), 진로그룹(1988년 진로유통센터 완공, 1997년 부도) 등등이 있다. 이들 모두 신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시기적으로 공간적으로 오너의 판단 착오를 보여주었다.
근래에 미스터피자가 상장폐지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미스터피자에 근무하셨던 G이사님과의 친분으로 미스터피자의 본사 건너편 한양상가에 나의 사무실을 얻은 것이 10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G이사께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본사 신축이전 책임자로써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신축 업무를 진행하는데 일들이 꼬여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회장으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는 눈치였다. 그분이 알려준 곳을 답사해보니 현재 방배동 사거리 미스터피자 본사가 있는 그 자리였다. 사거리에 빌딩들이 즐비했지만, 공교롭게도 풍수에서 기피하는 화성수(火星水) 지형이었다. 화성수는 오너의 판단 착오로 재물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나타내주는 풍수지형이다.
정말로 땅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까?? ‘좋은 곳에서는 좋은 일이 일어나고 나쁜 곳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풍수의 원칙에 대입해보면, 미스터피자 회장이 나쁜 일이 일어나는 나쁜 곳을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땅의 작용도 중요하지만, 그 땅을 선택한 오너의 현재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축사옥은 오너의 생각을 반영하는 최적의 현장이다. 따라서 신축사옥을 보면 오너가 지향하는 판단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오너의 판단이 그 회사의 성장과 쇠락을 결정한다. 오너가 나쁜 땅을 선택했다면 회사를 어려운 상황으로 이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예견하는 것이다. 땅이 나쁜 작용(?)을 하기 전에 이미 오너가 나쁜 길로 회사를 끌고 들어갔다는 뜻이 되겠다. 사옥을 마련할 때 풍수적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식하는 기회이며, 기업 성장의 터닝포인트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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