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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없다? 그럼 자승 적폐가 정당하다는건가"

기사승인 2019.02.18  1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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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5일째] 설조 스님 "목련은 엄동설한에 꽃봉우리 피운다"

   
▲ 단식 3일째 16일 토요 정정법회를 봉행한 설조 스님.

“단식 명분이 없지 않느냐고 한다. 그럼 자승 적폐세력이 정당하다는 건가, 명분이 없다,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종단이 적폐 세력에 유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명분을 운운하는 것은 교단의 근본을 생각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설조 스님이 다시 단식을 시작한지 5일 째(18일 현재)이다. 지난 16일(토) 오후 3시 서울 안국동 정정법회 법당에는 장명순 용주사신도비대위원장 등 10여 명이 찾아와 설조 스님과 법회를 가졌다. 썰렁하게 텅 빈 공간에 홀로 단식하던 정정법회 법당에 오랜 만에 온기가 돌았다.

이날 설조 스님은 법문을 하지 않았다. 41일 단식 때와 달리 기력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설조 스님은 “힘이 들어 대청 스님에게 연락해 법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1시간 40분여 동안 진행된 법회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대청 스님의 이야기와 명상 수행을 따라 했다. 법회가 끝나고 설조 스님은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불자들의 안타까움에 스님은 “다시 단식을 시작한 것은 내 죄업을 씻는 것”이라고 했다. 또 “송담 대종사를 탈종하게 만든 자승 전 원장이 조실채에 들어앉는 것은 패악 무도한 행위”라고 힘줘 말했다.

법회 다음 날인 17일 오후, 정정법회 법당은 고요했다. 단식 4일째인 스님은 큰 소리 내 이야기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식의 명분과 때를 이야기하는 주변의 뒷말에 자신의 뜻을 조용히 이야기했다.

설조 스님을 입버릇처럼 자신을 “교단에 큰 해악을 끼친 사람이다. 북의 김일성이나 우리 박정희 대통령 보다 내 죄업이 크다”고 말했다. 적주비구(계를 받지 않은 가짜 승려)를 두 번이나 총무원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고, 이로 인해 10·27법난 때 사찰 법당을 군홧발에 밟히게 했고, 98년 종단 분규 때는 수천 명의 경찰병력이 총무원 청사를 짓밟게 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자승 전 총무원장까지 적주비구들이 종권을 장악하도록 내 버려둔 죄가 자신에게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식은 교단에 해를 끼친 죄업을 참회하는 길이고, 자승 전 총무원장이 구축한 적폐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단식하며 교단이 바로 설 수 잇도록 부처님께 애원하고 있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다시 단식을 시작한 배경에는 송담 스님의 탈종에도 자승 전 총무원장이 용주사 조실채를 수리해 회주로 들어앉는다는 이야기에 크게 실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스님은 “자승 전 원장은 가진 것이 많고 정권과도 은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에 분노하지 않고 적폐세력 척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교단의 현실을 바로 정립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부에서 명분과 때를 말하지만, 명분은 방패가 아니다. 큰스님(송담 스님)을 잘 모셔야 할 사람이 처소를 자기가 쓰려는 상황은 제 정신에서는 할 수 없는 짓”이라며 했다.

더불어 “감 떨어질 때를 기다리라는 건지, 적폐 세력에게 개혁하라면 하겠나, 직선제가 아무리 옳아도 적폐세력에게 직선제하라면 하겠냐”며 “개혁을 하면서 청산 대상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옛 처소 근처에 소나무 옆에 목련을 한 그루가 있었다. 소나무 밑이라 제대로 크지 못했지만 엄동설한에 꽃 봉우리를 피우더라. 봉우리는 털로 감싸져 추위를 이기고 결국 꽃을 피웠다”며 “명분과 때를 따지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내가 단식하라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스님은 지난해 41일 단식 때 생명을 던졌어야 하는 데 주변의 만류로 그러지 못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단식을 만류하던 사람들은 생명을 보전해 자신들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 개혁운동을 하던 재가자들도, 사회원로들도 강하게 만류해 뜻을 접었는데, 그때 끝냈어야 할 일을 다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매일 조금씩 하루하루를 버틴 이야기를 이면지에 볼펜으로 눌러 쓰고 있다. 누가 찾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날그날 어떤 생각과 말을 했는지 적은 분량이라도 종이에 채우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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