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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노예” 파문…32년 강제노동에 명의도용 금융거래 의혹까지

기사승인 2019.07.12  16: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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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인권단체 “노동력 착취·학대 사건 철저히 재수사” 촉구
조계종 직할사찰 ㅎ사 주지 고발…종단 관리부재 도마 오를 듯

   
▲ 32년간 사찰 노예로 살았다는 한 장애인의 충격적인 고백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는 장애인 인권관련 단체들이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체들은 ㄱ씨가 ㅎ사 주지 A스님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강제근로)당하고 폭행도 모자라 명의도용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며 A스님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법 위반, 사무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00스님’으로 불리던 지적장애 3급 53살 ㄱ씨
“주지 스님이 폭행하고, 명의 도용해 금융 거래” 주장
사찰 쪽 “사무장이 돈 뜯어내려고 계획한 것” 반박

지적장애 3급 ㄱ(53)씨는 1985년 아버지의 손에 서울 노원구의 ㅎ사찰에 맡겨졌다. ㄱ씨는 절에서는 ‘ㅅ 스님’으로 불렸다. 삭발하고 승복을 입고 살았다. 신도들도 그가 장애를 가진 것을 알았지만 ‘스님’으로 존중했다. 그는 불경을 배워 정식 승려가 되고 싶었다. 절의 일과는 하루 종일 노동이었다. 새벽 4시 일어나 목탁을 치며 마당을 돌고 새벽예불을 하고 아침 밥 짓는 것을 돕고 7시께 밥을 먹었다. 아침밥을 먹으면 점심 밥 때까지 노동을 했다. 밤 10시 잠 자리에 들기 전까지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일을 했다. 하루 평균 13시간의 노동이었다. 설과 추석 등 명절만 쉬었다. 주지 스님은 마당쓸기, 잔디정돈, 텃밭 가꾸기, 공사 등 일을 시켰다. 월급은 없었다. ‘○○ 스님’으로 불렸지만 정기적인 ‘보시’도 못 받았다.
일을 못한다고 여긴 주지 스님은 ㄱ씨에게 툭하면 때리고 괴롭혔다. 뺨 때리기, 발로 수차례 때리기, 나무괭이로 머리 때리기 갖은 폭행이 있었다. 팔을 꼬집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였다. 플라스틱 세숫대야로 맞아 머리에 상처가 난 적도 있다. 부지깽이로 허벅지를 맞아 피를 흘린 적도 있다. 욕설도 매일 들었다. ㄱ씨는 주지 스님에게 “바보 멍충이” “병신새끼” “머저리” 등의 욕설을 들었다. 잠깐 산에 갔다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칼로 찔러 죽인다.”는 협박도 받았다. 2017년 12월 이 사찰 사무장의 도움으로 ㅎ사를 탈출했다. 32년간의 ‘사찰 노예’ 생활은 끝이 났다.(고발장 내용 요약)

32년간 사찰 노예로 살았다는 한 장애인의 충격적인 고백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는 장애인 인권관련 단체들이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 고발 및 경찰의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체들은 ㄱ씨가 ㅎ사 주지 A스님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강제근로)당하고 폭행도 모자라 명의도용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며 A스님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ㄱ씨는 탈출 후 동생의 도움을 받아 A스님을 경찰에 고발했다. 폭행 혐의가 인정돼 기소됐지만 법원은 지난 8월 A스님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A스님이 법적 대응해 폭행 혐의에 대해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찰(서울노원경찰서)과 검찰(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폭행만 조사하고, 노동력 착취 등은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 고발장 내용만 보면 충격적이다. 구체적인 폭행 건만도 12건이다. 단체들은 단순폭행죄로 볼 수 없고, 상습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A스님이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금융 및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혐의도 동생의 수사요청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체들은 보았다.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 3채를 매매하고, 49개의 계좌를 개설해 수억 원의 돈이 펀드에 투자된 사실을 수사기관이 명백한 증거에도 불기소처분했다는 것이다.

   
▲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이 사법 행정절차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의 지적장애와 진술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며 규탄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ㄱ씨는 1985년부터 ㅎ사에 거주했다. 아파트를 매수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수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가 ㄱ씨 명의로 거래됐다. 단체들은 A스님이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매수하고 일정한 시세차익을 누린 후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상한 일은 또 있었다. ㄱ씨가 탈출 후 그의 가족들이 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모(某) 은행 예금채권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1992년 1월부터 2018년 10월 30일까지 거래 조회 결과 ㄱ씨 명의의 계좌가 49개나 있었다. 거래금액도 수억 원에 달했다는 것. 여기에 모 은행에 수익증권(뮤추얼펀드) 거래신청서 등을 확인한 결과 ㄱ씨 자필 글씨가 아닌 글씨로 서류들이 작성돼 있었다. 단체들은 ㄱ씨가 수억 원의 현금을 예금하고 수익증권 등의 금융거래를 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서 A스님이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ㄱ씨가 ㅎ사를 탈출한 직후 모 은행 계좌 두 개가 해지됐다. ㄱ씨의 동의나 직접 계좌 해지 요청이 없었다. 수사기관이 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ㄱ씨 외에 ㅎ사에 두 명의 지적장애인이 거주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한 명은 ㅎ사 사무장에 의해 ㄱ씨와 같이 탈출했던 지적장애인이다. 단체들은 노동력 착취에 즉각적인 수사와 장애인들과 ㅎ사와의 분리조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A스님 측은 이번 사건이 “2017년 절에서 나간 사무장이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ㅎ사 관계자는 “ㄱ씨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절에서 할 일이 뭐가 있었겠느냐. 우리 절은 일할 것도 별로 없는 절”이라며 “사찰 사무장이 스님에게 돈을 뜯기 위해 꾸며낸 일이다. 사무장은 스님에게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었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ㄱ씨는 체격이 좋아 누가 때리거나 할 수 없다. 폭행 폭언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스님이 법을 잘 몰라 일어난 일이고, 지금은 재판 중”이라고 했다.

또 “수년 전 ㄱ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주지 스님이 70일 넘게 도와주고 임플란트 치료비 수천만 원도 다 도와줬다. 오히려 ㄱ씨가 주지 스님을 계곡에 밀어 폭행을 가한 일이 있다.”고 했다.

명의도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주지 스님이 ㄱ씨에게 집을 제공한 것이다. 아파트를 되판 사실이나 수익금을 누가 가져갔는지도 모른다. ㄱ씨가 나가고 스님이 들어 줬던 보험을 해지한 일은 있다. 40개가 넘는 통장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12일 오전 ㅎ사 경내에는 인적이 없었다. 전날 인터뷰를 요청하자 주지 스님이 직접 와서 질문하라는 종무소 측의 답변에 올라갔지만, A스님은 자리에 없었다. 사찰 관계자는 “스님이 변호사를 사러 갔다. 어제 오라는 얘기였다”고 둘러댔다. 대웅전에 두 명의 스님과 서너 명의 신도가 예불 중이었다. 이 가운데는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말한 지적장애인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도 같이 있었다. 머리는 삭발을 했지만 옷차림은 일반 복장이었다.

ㅎ사 관계자는 “누가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하느냐, 법당에서 얌전하게 예불을 보지 않느냐”면서 “노동력 착취라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ㄱ씨가 머물던 방을 보여 달라고 하자 이 관계자는 안내했다. 2평 남짓한 방에는 작은 침대와 작은 벽장, 미니 선풍기 한 대등이 있었다. ㄱ씨가 머물렀다는 방은 지금은 다른 행자가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ㄱ씨는 방청소도 잘 하지 않고 씻지도 않아 더러웠다. 맨날 씻으라고 해도 잘 씻지 않았지만, 지금 행자님은 청소도 잘하고 방도 깨끗이 쓴다”고 했다.

   
▲ 10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는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들. 장애인 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ㅎ사만 아니라 여러 사찰과 관련해 이런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이는 ㅎ사만의 문제가 나이다. 불교 내부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내부고발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10일 기자회견 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다. 이들은 조계종에 “내부징계와 조사 진행”을 요구했다.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조계종은 ㅎ사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할 ㄱ씨와 2명의 장애인이 조계종 승려로 등록되지 않았다고 했다. 출가 규정에 안 맞아 정식 출가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총무원 관계자가 주지 스님이 나이가 많아 죄의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 승려로 정식 등록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사건의 행태는 종교단체와 사찰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매우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며 “노동이 수행의 전부는 아니지 않으냐, 노동도 수행이라고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단체들은 수사기관이 사법 행정절차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의 지적장애와 진술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불기소처분했다며 규탄했다.

이에 단체들은 수사기관에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인해 기억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피해자 조사 시 의사소통을 조력할 수 있는 전문가를 동석하도록 하고, 장애로 인해 논리성과 합리성이 결여 되더라도 장애의 내용과 특성 등을 두루 살펴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 소장은 “소위 ‘염전 노예 사건’과 관련 판결에서 ‘도움을 요청한 장애인을 염주에게 되돌려 보내기 까지 하고 이미 실종자로 등록된 피해자에게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경찰의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면서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ㅎ사에 남아 있을 2명의 노동착취 피해자들에게 장애인 사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찰 측이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 마지못해 맡아 먹이고 입히고 재운 것이 왜 학대냐고 말한다. 지금은 굶는 것을 걱정하는 시기가 아니다. 불교의 인권 의식과 복지수준에 인식은 일반 사회보다 더 높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 소장은 “ㅎ사만 아니라 여러 사찰과 관련해 이런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이는 ㅎ사만의 문제가 나이다. 불교 내부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내부고발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조계종의 사찰 관리 부재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ㅎ사는 사설사암이지만 조계종 직할사찰로 관리감독권이 조계종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ㅎ사는 A스님과 그의 친족들이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와 회주가 친형제이고, ㄱ씨를 탈출시킨 사무장은 A스님의 매제로 확인되고 있다. 또 전 종무실장은 A스님의 남동생이었다. ㅎ사찰의 건물 토지 모두 A스님 명의로 되어 있다.

ㅎ사 관계자는 “회주 스님이 주지 스님의 친형이지만 지금은 절을 떠났다. 전에 일하던 종무실장은 주지 스님 동생이지만 지금은 행사 때만 도와주러 올 뿐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무장은 주지 스님의 매제다. 돈을 안 준다고 벌인 일에 주지 스님만 고생하고 있다. 신도들이 모두 나서 스님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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